

누군들 가면이 없으랴?
Who does not wear a mask?
(루오의 판화집 미세레레 중 No.8)
1927.
머리글
우연찮게 얻은 루오의 판화집'미세레레'(장익 譯,분도출딴사: 경북, 1978)는 나의 혼을 낚아채는 듯 한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먼저 화면을 진동하는 흑백의 콘트라스트에서 전달받는 감동으로부터 시작하여,다소 왜곡된 그로테스크(grotesque)한 형상의 인물과 그 표정은 나로 하여금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하여 깊은 관조와 묵상의 세계에 머물게 하였다.
루오의 작품 세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신앙을 알게 되었고, 판화집 미세레레 속에 흐르는 복음적 메시지는 나의 신앙과 그 방향을 결정해 주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명화 속 이야기'는 서양미술사를 장식하는 명화와 그 작가에 대한 감상의 글이다.
서양 미술의 역사는 기독교 역사와 함께한다.기독교에 대한 이해와 서양 미술에 대한 이해가 연결되어 있다.
사람에게 육체와 영혼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작품 세계에도 똑 같은 구조의 세계가 존재한다.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그를 다 보았다고 할 수 없듯이 작품의 세계도 그렇다.만일 내면의 세계가 없는 작품이 있다면, 영혼이 없는 몸이 죽은 것같이 그 작품은 죽은 물건이다. 예술 작품이라고 칭할 수 없다.
감상 활동은 그림의 외경을 통하여 내경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내경에 기록된 영혼의 세계를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명화 속 이야기'의 글들은 이러한 감상 활동의 보고서이고, 크리스천 시각으로 본 성서적 해석이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일……,
인생에 있어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이는 인생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마술사와 같은 신기(神技)로 연출해 놓은 거장들의 화면에서 인생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또 우주의 질서와 그 해석에 대하여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인생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정신 활동이고 행운이다.
'명화 속의 이야기'의 내용과 그 서술은 그리 학술적이지 않다.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고, 모든 인생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이를 향한 한 그리스도인의 상념(想念)과 그 서술이다. 필자가 루오의 판화집을 처음 대하였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면서 기획한 출판이다.
부족함과 부실함이 많겠지만, 어리석은 부분은 좀 가려지고 유익하고 좋은 내용으로 읽혀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서(序)의 글을 올린다.
2019. 3. 14 유성 지족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