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
Digital graphics,
22.4cm x 29.9cm, 300 ppi,
2013.
3-1 하나님을 만나는 이야기
큰 광경
모세가 양 무리를 몰아 호렙산이 이르렀을 때, 양 무리 옆 수풀에서 돌연 불꽃이 일어났다.
모세가 살펴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어 있었다.
모세는 급히 양 무리를 떨기나무 수풀로부터 안전한 곳을 찾아 몰았다.
양 무리를 피신시키는 다급한 상황 중에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왜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는데 사라지지 않지?”
광야의 건조한 땅에 나는 마른 식물에 불이 붙었는데 바로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에서 눈을 떨 수 없었던 모세는 몸을 돌이켜 신비한 광경을 향하여 다가갔다.
이 광경은 하나님이 모세를 위해 나타낸 이적이고, 그곳에서 모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떨기나무 불꽃은 모세에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주 ‘큰 광경’이 되었다. <출3:1-4>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아니하는 떨기나무…….’
나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이곳에서 큰 감동에 젖곤 한다.
모세에게만 ‘큰 광경’이 아니라, 내 마음에도 ‘큰 광경’으로 새겨졌다.
복음을 전할 때, 나의 구원을 간증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내용이 이 ‘큰 광경’의 세계이다.
스케일만을 생각한다면, 전능한 하나님은 호렙산 전체를 벌겋게 달구어 공중에 들어 올리는 광경도 연출하실 수 있을 텐데, 왜 하찮은 떨기나무를 택하였을까?
결코 간과할 수 없었던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 불꽃’에서 모세는 무엇을 보았는가?
80세가 된 모세는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필부(匹夫), 그 이하다. 80이나 된 자가 자기 양 무리도 없어 장인의 양 무리를 치는 목자의 삶을 사니 말이다.
40년 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루는 형세이다.
‘애굽의 왕자’로서 애굽을 통치하는 권세와 부귀영화를 예약해 놓은 자이었는데……, 히브리인의 신분이 드러나면서 한 순간에 애굽의 왕자에서 ‘광야의 객’이 되어 버렸다.
40년이 지나면서, 모세의 마음에 수많은 상념이 구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였을 것이다.
히브리 형제들을 보호하고 구원해 보려는 뜨거운 마음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거부한 동족을 향한 애증……,
바로의 공주의 아들과 히브리인이라는 두 가지 신분 사이의 갈등과 선택……,
그리고 히브리인의 하나님에 대한 갈망과 실망이 교차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광야에 갇혀 소멸되어가는 40년이 지났다. 모든 소망은 이미 끝이 났다.
그러나 모세가 떨쳐버릴 수 없는 ‘히브리인의 하나님……’, 유모이자 친모였던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여호와 하나님’은 모세의 마음에 결코 지울 수 없고 부인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비록 원치 않는 자신의 형편이고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역사이지만, 모세의 몸과 마음은 서쪽을 향하여 갔다.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기대와 소망의 방향이 ‘동(東)’이라면, 이 모든 소망이 끝난 자의 마음에 임한 탄식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안위를 구하는 방향은 ‘서(西)’이다.
모세는 서편으로 가다가 호렙에서 하나님이 준비한 ‘떨기나무 불꽃’을 본다.
불이 붙은 떨기나무는 바로 지금 사라져 가는 모세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아담 안에 있는 모든 인생에게 임한 소멸의 현장이다.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주의 목전에는 천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경점 같을 뿐임이니이다
주께서 저희를 홍수처럼 쓸어 가시나이다 저희는 잠간 자는 것 같으며 아침에 돋는 풀 같으니이다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벤바 되어 마르나이다
우리는 주의 노에 소멸되며 주의 분내심에 놀라나이다
<시90:3-7>
이스라엘의 빛은 불이요 그 거룩한 자는 불꽃이라 하루 사이에 그의 형극과 질려가 소멸되며 <사10:17>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심이니라 <히12:29>
먼저 모세는 심판하는 하나님과 심판의 대상인 자신을 보았다. 모든 인생에게 이미 주어졌고 집행 중인 소멸의 현장……, 그리고 거기에서 모세는 또 하나의 엄청난 세계를 보았는데 그것은 구원의 하나님, 바로 부활이다.
하나님이 모든 인생을 위하여 제시하고 있는 두 가지 사실, 생명을 얻게 하는 진리는 나를 알고 예수를 아는 일이다.
반드시 보아야 할 이 큰 광경,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 불꽃’을 통해 하나님이 보여 준 세계는 ‘심판과 부활’이다.
내가 넘치는 진노로 내 얼굴을 네게서 잠시 가리웠으나 영원한 자비로 너를 긍휼히 여기리라 네 구속자 여호와의 말이니라
<사54:8>
만일 하나님이 그 진노를 보이시고 그 능력을 알게 하고자 하사 멸하기로 준비된 진노의 그릇을 오래 참으심으로 관용하시고 또한 영광 받기로 예비하신 바 긍휼의 그릇에 대하여 그 영광의 부요함을 알게 하고자 하셨을지라도 무슨 말 하리요
이 그릇은 우리니 곧 유대인 중에서 뿐 아니라 이방인 중에서도 부르신 자니라
호세아 글에도 이르기를 내가 내 백성 아닌 자를 내 백성이라, 사랑치 아니한 자를 사랑한 자라 부르리라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라 한 그 곳에서 저희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 부름을 얻으리라 함과 같으니라 <롬9:22-26>
“불붙은 떨기나무와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 심판과 부활”
하나님이 모든 인생을 구원하기 위하여 제시한 두 가지 세계, 이는 생명을 얻게 하는 하나님의 율례이고 완전한 지혜이다.
이 세상, 이 소멸의 현장에 갇혀있는 인생에게 이 보다 더 크고 중요한 광경은 없다.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가라사대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3:1-4>
지팡이는 주인의 손에 잡혀 주인의 일을 나타낸다. 하나님의 손에 잡혀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는 자가 하나님의 사람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려고 먼저 모세를 애굽에서 광야로 이끌어 내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쓰실 수 있는 지팡이로 만드셨다.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아니하는 떨기나무’가 ‘큰 광경’으로 여겨지는 마음이 되었을 때, 하나님은 그의 앞에 나타나셨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40년 전, 그의 몸을 애굽에서 이끌어 낸 하나님은 또 40년간 그의 마음을 이끌어 한 곳에 서게 했다.
모세가 ‘선 곳’은 인간적인 모든 세력이 거세된 곳이고, 하나님의 구원을 나타낸 곳이다. 거기에서 하나님은 모세의 발에서 신을 벗기시고 하나님이 친히 그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나타내셨다.
주께서 나를 나의 완전한 중에 붙드시고 영영히 주의 앞에 세우시나이다 <시41:12>
‘하나님의 손에 잡힌 지팡이’의 삶이 ‘하나님의 사람’이 누리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