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미쳤다
Georges Rouault
판화집 미제레레 중에서
1917-1927
1-4.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
광천수(狂泉水)
멀고 먼 옛날,
작고도 평화로운 나라에 특별한 우물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우물을 '광천수(狂泉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이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마다 미쳐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금님은 큰 돌로 뚜껑을 만들어 우물을 덮어 놓고 그 옆에 큰 글씨로 새긴 팻말을 세워 경고하였다.
“이 샘의 물을 마시지 말라, 마시는 날에 정령 미치리라!"
그리고 군병으로 지키게 하여 백성들이 마시지 못하게 하였다.
평화롭기만 했던 이 나라에 큰 재앙이 닥쳐왔다.
계속되는 가뭄….
하늘에서 물 한 방울 내려오지 않은 지가 이미 2년이 지났다.
산천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저수지가 말랐고, 깊고 깊은 우물들도 말라 백성들은 기갈에 죽어가기 시작했다.
목마른 백성은 '광천수'를 습격했다.
‘광천수’의 무거운 돌 뚜껑이 열려졌을 때, 놀랍게도 우물 안은 가득찬 물이 백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성들은 광천수를 마셨다. 왕궁 안에 있는 우물도 말라버려 왕궁 안의 대신들도 장군들도 모두 이 광천수를 마셨다. 그리고 모두 미쳐버렸다.
오직 왕의 침상 옆에 남아있는 물병…, 이 한 모금 물을 의지하고 있는 임금님 외에는 모두 미쳤다.
"오호라! 이 미친 백성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탄식하며 왕실을 나가려는 임금님은 밖에서 들리는 낮은 음성에 깜짝 놀라 문고리를 잡고 멈춰 섰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궁내대신의 음성이 들려 왔고, 환관장의 목소리가 대답으로 이어졌다.
"국왕이 이렇게 미쳐 버렸으니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정말 큰일이오, 가뭄으로 온 백성이 고통하고 있는 이 절박한 때에 왕이 미쳐버렸으니…,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이 곤경에서 나라를 구해 줄 새 왕을 세웁시다!”
군대 장관은 자기의 칼집에서 칼을 빼며 비장한 어조로 동의를 구하였다.
왕은 문 밖으로부터 들리는 이 낮은 목소리의 대화를 들으며 뒷문으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광천수를 향하여….
다음 날.
환관장은 큰 목소리로 외치며 대신들의 회의실로 달려 들어왔다.
"대신님들 기뻐하세요! 왕께서 정신이 온전해지셨습니다!"
모두 다 미쳤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죄와 사망'을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예화가 된다.
목마른 백성들이 왕의 명령을 어기고 광천수를 마셔 미쳐버린 것처럼,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먹으면 죽는다.”는 하나님의 법은 아담 안에 있는 죄의 세력을 드러나게 하였다.<롬5:13> 이 세력은 하나님을 무시할 수 있는 세력이다.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치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롬8:7>
‘육신의 생각(carnally minded)은 사망’이다.<롬8:6> '육신의 생각'은 ‘죄'의 구체적인 형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육신의 생각’에 대한 성서적 이해와 지식을 확보해야 하는 당위를 갖게 된다. 이는 나를 알고 하나님을 아는 지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먼저 ‘땅’에 대하여 설명해 주셨는데,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고 하신다. 이 땅의 형상이 뚜렷이 보이면 ‘하늘’의 형상이 뚜렷이 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 두 가지 세계만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시면 말씀대로 빛이 있고 보기 좋은 세계가 ‘하늘’에 속한 영역이라면, ‘먹지 말라’고 말씀하지만 거역하고 어두운 사망에 속해버린 세계는 ‘땅’의 영역이다. 하나님으로부터 격리된 이 땅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혼돈과 공허와 흑암, 바로 ‘육신의 생각’을 결정해주는 비진리의 세력들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1:15>
야고보서에서는 이 ‘육신의 생각’을 ‘죄를 잉태하는 욕심’이라고 표현한다. ‘욕심’의 사전적 의미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성경에는 이 마음의 조상에 대한 기록이 있다. 피조물의 위치를 떠나<유1:6>, 가장 높은 구름에 올라 지극히 높은 자와 맞먹으려는 자<사14:14>의 욕심,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된다’<창3:5>는 뱀의 거짓을 품은 여자의 욕심, 바로 우리 인생들의 마음을 만들어 준 조상이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하느니라. 저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저가 거짓말 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 <요8:44>
이 말씀은 스스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여기고 있는 유대인을 향하여 하신 예수의 말씀이다. 유대인들은 이 말씀을 결코 받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들의 기준으로는 예수가 귀신들려 있었다.
오늘 우리는 이 ‘마귀의 자식’이라는 하나님의 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아담 안에서 우리는 죽었다(미쳤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우리는 사망 안에서 태어났고, 사망의 세력 안에서 자라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이 사망의 세상에 한 사람이 왔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리고 “나를 먹고 마셔라!”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배척했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아 버렸다.